문자 언어 발달: 발생적 문식성

1. 문식성의 개념 및 중요성
 문식성은 읽기와 쓰기를 통하여 의미를 구성하고 해석하며 다른 사람과 의미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활동이다. 문식성은 단순히 문자를 읽고 쓰는 기술을 넘어서서 문자언어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능력으로 사고 과정이 요구되는 인지적 활동이다. 문식성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장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상태인 문맹과 상대되는 개념이다. 문식성은 학교에서의 우수한 학업 성취와 사회에서의 좋은 직업군으로 취업 등 개인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고 지식이나 잠재력을 개발하고 넓은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UNESCO(2021)에서는 문식성은 사람은 논리적, 비판적, 합리적 사고를 하도록 함으로써 전 세계의 가난 퇴치, 양성평등 그리고 현대 문명의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문식성을 갖추는 것은 인가의 가정 기본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유아기는 전 생애 문식성 발달의 뿌리가 형성되는 시기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영유아기 문식성 발달과 관련된 주요 용어로 발생적 문식성이 있다. 발생적 문식성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영유아는 기호, 글자라는 상징적 기호가 존재한다는 것, 의사소통의 매체로서의 글자, 그래픽의 기능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구술의 세계에서 문식성의 세계로 점차 발달해간다. 어린 시기의 문식성 발달은 학교 교육을 거쳐 성인기에 갖추게 되는 문식성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짓기 때문에 유아의 문식성 발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교사의 이해가 각별히 요구된다. 

2. 발생적 문식성 
 발생적 문식성 관점에 의하면 유아들의 읽기, 쓰기 발달은 형식적 학습보다는 성인들의 문자사용을 관찰하고 문자와 같은 표상 수단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이와 상반되는 관점으로는 형식적 학습에 필요한 신체적 성숙과 준비를 강조하는 읽기 준비도 관점이 있다. 두 관점은 오랫동안 영유아의 읽기, 쓰기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쳐오고 있다. 

1) 읽기 준비도 관점 

 읽기 준비도 관점은 유아들이 읽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신경학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읽기 준비도 관점은 다시 성숙주의 관점의 읽기 준비도 관점과 행동주의 관점의 읽기 준비도 관점으로 나뉜다. 

 성숙주의 관점이 읽기 준비도 관점은 유아의 발달은 생물학적 성숙의 결과라는 게 젤의 이론을 반영한 관점으로 1920~1930년대 문자언어 교육에 영향을 주었다. 성숙주의 관점은 영유아의 읽기나 쓰기가 성숙의 결과로 나타나는 능력으로 간주하며, 문자 교육은 영유아가 준비되었을 때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므로 입학 전에는 가르치지 않도록 권장하였다. 따라서 영유아기에는 색칠하기, 종이 자르기, 모양 그리기, 그림 맞추기와 같은 읽기 학습을 위한 준비 활동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읽기에 필요한 기술을 갖출 때까지 읽기 교육은 늦춰야 하며 인지적, 사회적, 신체적 준비를 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읽기 준비도 관점은 1950~1960년대 들어 행동주의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행동주의 관점의 읽기 준비도 관점은 성숙주의 관점이 읽기 준비도와 마찬가지로 영유아들이 읽기를 배우기 이전에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성숙주와 달리 행동주의 읽기 준비도 과점은 자연적인 성숙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준비되고 가속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읽기 학습을 위해 유아가 생물학적으로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읽기 준비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읽기를 위한 선수 학습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읽기 학습을 위한 선행기술로서 시각적 변별력과 시각적 기억력, 청각적 변별력과 청각적 기억력 증진, 철자의 이름과 소리 알기, 눈과 손의 협응력 등에 대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읽기 준비도 관점을 1980년대 들어 유아들의 읽기, 쓰기 발달 과정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기반한 발생적 문식성 관점으로 대체된다. 

 2) 발생적 문식성 관점으로의 전환 

 1960년대 유아의 읽기를 연구한 Clay는 읽기 발달과 읽기 학습에 대한 기존 관점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였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습 과정을 통해 읽기가 시작된다는 기존 주장은 잘 못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Clay는 독립적으로 글이나 책을 읽을 수 있기 훨씬 전인 영유아기부터 이미 아이들은 읽기와 관련된 중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나름 읽기에 대한 이해를 발달시켜 나간다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면, 읽기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돌파구는 유아의 종이 위의 점과 선으로 표기된 기호가 어떤 의미를 전달함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처음 성인과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유아는 성인이 읽는 것은 글이 아니라 그림이라고 생각하며 자신도 그림을 보며 책을 읽는 척 흉내를 낸다. 점차 책 읽기 등 읽기 경험이 많아지면서 유아는 마침내 점과 선으로 구성된 기호가 의미를 전달하게 됨을 깨닫게 되는 데 이것은 유아의 읽기 발달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발생적 문식성 관점은 유아들은 선천적으로 읽기와 쓰기를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 능력은 학교 입학 훨씬 전인 영유아기부터 발현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과서를 사용한 형식적 학습 활동이 아니라 책, 광고지, 우편물과 같은 환경 인쇄물 등을 중심으로 성인과 빈번한 상호작용을 나누면서 유아는 자연스럽게 읽기를 배워나간다고 주장한다. 발생적 문식성은 관례적 읽기에 앞서 나타나는 읽기와 관련된 유아의 태도, 지식, 그리고 읽기를 흉내 내는 초기 읽기 행동 등을 뜻한다. 

<영유아의 발생적 문식성 행동>

-교사가 읽어주는 이야기가 그림이 아니라 글자와 관련이 있음을 알기

-자신에게 친숙한 책이나 인쇄물을 읽는 척하는 행동

-자신이 그리거나 쓴 것을 읽고 그림과 쓰기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

-왼쪽에서 오른쪽,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글의 방향을 알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는 행동

-자신에게 친숙한 단어에서 첫 글자 또는 친숙한 문장에서 첫 단어를 인지하는 행동

-여러 단어에서 공통된 소리를 인지해 내는 놀이에 참여하는 것

-이야기 글 중 반복되는 단어나 문장을 외워 읽기

-이름 글자, 좋아하는 과자 이름이나 가게 이름 등 친숙한 맥락 내에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