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발달: 어휘와 화용 발달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성공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발음, 어휘, 문법, 의미 파악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어휘라고 할 수 있다. 언어를 집이라는 추상적인 구조물에 비유한다면 어휘는 구조물을 형성하는 핵심 소재인 벽돌이나 철근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부한 어휘습득이라고 할 수 있다. 

 어휘습득은 영유아기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진다. 하지만 영유아기는 어휘발달이 가장 급진적이라는 점 그리고 영유아기 어휘습득 정도가 이후 아동기와 청소년기 언어능력과 학업성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영유아기 어휘발달의 주요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급격한 양적 발달: 어휘 폭발기 

  양육 환경에 따라 개별 아기마다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보통 아기들은 생후 12개월을 전후로 첫 단어를 말한다. 아기가 첫 단어를 이해하고 말하는 것은 아주 복잡한 과정이다. 아기는 말의 흐름에서 단어를 찾아내고, 들리는 단어가 눈앞에 보이는 사물, 행위, 사건 중 어는 것을 의미하는지 파악하는 과정을 통해 소리와 의미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첫 단어를 출발로 아기는 음성 언어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찬 단어로는 '엄마', '아빠', '맘마', '물', '과자/갈까', '멍멍이'와 같이 아기가 매일 경험하는 특정한 대상이나 사물을 칭하는 명사를 산출한다. 

 18개월을 전후하여 약 50개의 어휘를 표현할 수 있게 되며 20~21개월 사이에 100개의 표현 어휘를 습득하며 23~242개월 사이에 300개, 36개월경에는 약 500개의 표현 어휘를 습득한다. 특히 23~24개월 사이에는 하루 3~4개 정도의 어휘를 새롭게 습득하며 급격한 어휘발달이 이루어진다. 마치 폭발하는 것과 같은 빠른 속도로 어휘가 급증한다고 하여 이 시기를 학자들은 어휘 폭발기 또는 명명 폭발기라고 칭하기도 한다. McShane(1980)는 영아들이 모든 사물은 이름을 가진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되는 '명명 통찰'을 경험한다고 하였으며 이것이 어휘폭발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어휘발달은 유아기에도 급격하게 이루어진다. 3세에는 약 1,000개 이상의 어휘를 습득하며 3~4단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구성한다. 유아기에는 연간 500~600개의 어휘를 빠르게 습득한다. 4~5세가 되면 1,500~2,000개의 어휘를 습득하게 되고 6~7개 이상의 단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구성하게 된다. 6세 말에는 약 3000개의 어휘를 습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개별 영유아 간의 큰 어휘발달 차이

 동일한 월령의 영아라 할지라도 어휘발달에 있어 개별 영아 간 발달차가 매우 크다. 장유경(2004a)은 연구 대상 17개월 영아들의 경우 표현 어휘의 수가 0인 영아로부터 최고 228개를 산출하는 영아까지 그 차가 매우 심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어휘 폭발이 끝나는 25개월 이후에는 개인차가 심해져서 영아에 따라 표현 어휘 수가 500~600개까지 차이가 난다고 보고된 바 있다. 개별 영아 사이에 나타나기 위해 시작하는 어휘발달 차는 유아기에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어휘가 풍부할수록 영유아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 참여하게 되며 이는 또 다른 어휘발달과 언어발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3세에 4000개의 어휘를 습득한 유아는 7세에 약 26,000개의 어휘를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세에 나타난 어휘 격차가 7세 경에는 3배 이상의 차이로 더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3. 표현 어휘와 이해어휘 발달 간 큰 차이 

 영아기 어휘발달의 주된 특성 중의 하나로 표현 어휘발달과 이해 어휘발달 간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영아의 초기 어휘발달을 연구한 장유경(2004)은 17개월 영아의 경우 표현할 수 있는 어휘 수는 50개 정도였으며 이해할 수 있는 어휘 수는 3배 이상 많았다고 보고하였다. 즉 영아가 말은 못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영아의 조음 능력, 말할 기회의 제공 등이 꼽힌다. 학자들은 습득한 이해어휘가 많을수록 표현하는 어휘의 수도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표현할 수 있는 어휘의 수가 이해할 수 있는 어휘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현상은 유아기에도 지속된다. 

 4. 단어 의미의 과잉 확장과 과잉 축소 

 과잉 확장은 아이들이 단어를 습득할 때 단어의 의미를 성인이 적용하는 것보다 더 넓게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버스, 자동차, 트럭, 트랙터 등 바퀴가 달린 모든 교통수단을 모두 '버스'라고 부른다거나 둥근 모든 사물을 '달'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과잉 확장 현상의 이유로 학자들은 여러 가지 설명을 제시한다. 

 -영아가 사물의 지각적 특성(모양이나 색깔)에 주목하고 특징을 공유하는 사물을 같은 용어로 표현

 -적절한 단어를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해서 

 -가장 유사한 단어를 사용해서 성인의 관심을 끌고 성인이 알맞은 단어를 제시하도록 하는 책략

 -영아의 창의적이고 은유적 표현 방식

 과잉 축소는 단어 의미를 성인이 사용하는 것보다 더 한정적으로 적용해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막대 사탕만을 '사탕'이라고 부르거나 엄마의 구두만 '구두; 라고 부르는 것이다. 과잉 축소 현상은 부모의 언어 형태와 관련이 깊을 수 있다. 부모가 아이와 대화할 때 '코스모스', '개나리'와 같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꽃'이라고 포괄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처음 단어를 습득할 때 아이는 특정 단어가 무엇을 참조하는지 알기 어렵게 된다. 과잉 확장과 과일 축소는 유아에게서도 나타나지만 주로 1~2세 영아기에 나타난다. 

 5... 단어 의미의 수평적 발달과 수직적 발달

 아이들이 단어를 완전히 습득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의미를 수평적 그리고 수직적으로 발달시켜야 한다. 먼저 단어 의미의 수평적 발달은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의 의미에 새로운 속성과 자질을 추가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 아이는 자기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만을 '강아지'라고 알지만 통해서 '강아지'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보다 크기가 더 크거나 작을 수도 있고 털이 더 길 수 있고 더 무섭게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강아지'의 의미는 추가되는 속성에 의해 풍부해진다.

 단어 의미의 수직적 발달은 단어가 의미하는 대상에 대한 개념과 속성을 알고 그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지속해서 습득함으로써 관련 단어들이 군집화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단어 '개'에 대한 속성의 습득은 '개'와 유사한 속성을 가진 다른 동물들의 속성과 해당 단어를 아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동물'이라는 범주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범주에 대한 이해가 발달하면 아이들은 이 범주에 새로운 단어들을 분류하고 포함해 어휘를 습득해 나간다. 예를 들어, '동물'이라는 범주를 이해하고 '개, 고양이, 돼지' 등의 명칭과 속성을 습득한 아이는 '말'이라는 대상과 명칭을 접하게 되었을 때 쉽게 '동물'이라는 범주에 포함하게 된다. 단어 의미의 수평적 수직적 발달은 아이들이 한 단어의 의미를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단어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6. 명사와 동작어 중심에서 다양한 종유의 어휘습득으로 확장

 아기가 산출하는 첫 단어는 '맘마', '엄마', '아빠'와 같은 특정 대상 또는 사물을 칭하는 단어이다. 영아기 후반까지도 습득하는 어휘 중 명사가 가장 많다. 전체 어휘의 관반수가 참조를 위한 명사로 동물, 탈것, 장난감, 음식, 옷, 신체 부위, 가정용품 등과 관련된 명사다. 신체 운동 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를 습득하며 형용사 등을 습득하게 된다. 18~36개월에 해당하는 영아기 후반에는 어휘의 수가 극적으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문법적인 기능어의 산축과 비율도 함께 증가된다. 가장 빨리 출현하는 기능어로는 '또, 빨리, 많이, 더'와 같이 양/정도를 나타내는 말, '이거'와 같은 대명사 그리고'무엇, 누구, 어디 왜' 등의 의문사가 포함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언어능력이 발달하고 사회적 관계가 복잡해지는 유아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어휘발달이 이루어진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어휘 이외에 듣는 사람이나 제삼자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사용하는 '존대어', 개인의 정서 상태를 기술하는데 필요한 '정서어휘', 학교 학습활동에 필요한 학습 도구어, 물건의 수와 양을 나타내는 어휘인 분류사 등의 습득이 이루어진다. 다양한 종류의 어휘를 습득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 맞는 의사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